린다 윤의
알고 가면 살기 편한 캐나다
오! 달러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부딪치며 배우기
우리 동네 아보츠포드는 그래도 좀 덜하지만 밴쿠버만 가도 온갖 민족들
이 다 모여 산다. 인도인 , 남미 계열, 이란 등의 중동 사람, 베트남, 캄
보디아, 태국 등의 동남아,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의 유럽 계열... 하여
튼 진짜 가지각색이다. 이런 사람들이 영어를 다 잘 하냐하면 물론 아니
다. 30-40대에 이민 온 사람들은 악센트는 물론이고 의사소통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걸 보면서 영어가 진짜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런 면에서 난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한국에서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난 오히려 그 조기 교육 덕을 톡톡히 보았다. 캐나다 학
교에 편입하게 됐을 때, 면접 선생님께서 ELS 과정은 안 밟아도 되겠어 라
며 정규반(regular class)에 바로 들여보내 주었다. 고 1때 왔으니 10학년
이었지만 배울만한 것도 특별히 없고 대학도 빨리 가고 싶어서 11학년으로
편입했다. 따지고 보면 고1 과정인 10학년을 건너 뛴 셈인데, 그렇다고 문
제가 되지는 않았다.
내가 아무리 영어 실력이 있다 해도 캐나다 사람들이 쓰는 억양과 속어
(slang)적 표현에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싶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뭐니 해
도 캐나다 사람들과 자꾸 부딪치고 끊임없이 대화하려고 하는 것일 것이
다. 캐나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나는 데이빗 선생님과 바이올린 레슨이 끝나면 꼭 서너 시간씩은 대화를
한다. 그는 주로 책을 읽은 후에 감상이라든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따분하고 재미없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이고 학문
적인 어려운 단어를 배울 수 있어서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돈도 벌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는 일상 영어도 완벽해졌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두세 시간 정도 초등 학교 1, 3, 6년생 아이들을 돌봤는데(일명
babysitting),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솔찮이 많았다. 이 곳에서 어린 시
절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 아이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잘 몰랐는데
많이 알게 되었다. 아이들 돌보는 일말고 과외를 해 본 경험도 있다. 과외
는 뜻밖에 구한 아르바이트였다.
한번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어떤 레스토랑에 찾아갔었다. 그런데
주인은 '지금은 새로 종업원을 구할 필요가 없어졌어요'라고 했다. 그러더
니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괜찮다면 우리 애들 과외 선생을 하면 어때요?"
물론 여부가 있겠는가. 좋은 기회다 싶어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과외를
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 남들로부터
그냥 배울 때와는 또 달랐다.
요즘은 MSA라는 종합 병원에서 봉사하고 있다. 의과 대학은 학교 정책상
자원 봉사를 꼭 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난 거의 반년 가까이 봉사를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의학 용어를 현장에서 배우고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
었다.
영어 실력은 이렇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침으로
써 향상되는 것 같다. 밴쿠버의 코리아 타운같이 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는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다. 이민 온지 4-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영어를 잘 하고 싶으면 캐나다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어쨌든 캐나다는 내게 기회의 땅이었다. 이 곳에서 생활한 1년 반 동안
내 인생은 궤도를 수정해 새로운 세계로 빨려들었고 또 새롭게 변했다. 시
간은 한번 가면 안 온다지만 여기선 꼭 그 때가 아니라도 어느 때이든 다
시 이룰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정신적으로도 풍요로
운 것 같다. 계속 살아 봐야 알겠지만 내가 살기엔 적합한 캐나다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 이혜령.
10년 후의 우리들의 미래(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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