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윤의
알고 가면 살기 편한 캐나다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오! 달러
캐나다에 와서 바이올린을 다시 켤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좋았다. 한국
에 있을 때 초등 하교 1-2학년까지 바이올린을 했는데 중,고생이 되고는
그만두었다. 그런데 이 곳에 와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된 것
이다.
일단은 바이올린을 새로 구입해야 했다. 한국에서 쓰던 바이올린은 운반
도중 갈라져서 더 이상 못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땅한 레슨 선생을 찾
는 것도 문제였다. 작년 6월 방학이 시작될 무렵, 온 아보츠보드를 들쑤시
고 다녀서야 겨우 한 사람을 찾아 냈는데, 그가 바로 지금은 진짜 좋은 친
구 같은 데이빗 보스 선생님이다. 그다지 사교성이 없는 나는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데이빗 선생님은 바이올린 렛슨 외에도 여러 면에서 많은 도움
을 주었다.
'바이올린을 할 바에야 남한테 인정받을 만큼은 해야지.'하는 생각으로
RCM시험을 준비할 때 캐나다 제도의 체계성과 전문성에 놀라고 말았다.
RCM시험은 일종의 급수따기 시험이다. 단순히 급수따기 시험인데도 기본적
인 연주는 물론 이론, 청음키우기, 악보읽기, 그리고 주요곡 연주 등 기본
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곡도 장르별로 콘체르
토, 소나타 등, 세세하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아마추어에게도 이 정도로
철저히 준비시키니 인재 양성 차원에서 현명하고 치밀한 행정인 것 같다.
지금 내 모습을 가만 보면 한국에 있을 때나 달라진 게 하나 없다. 그러
나 머릿속 생각은 너무나 달라져 있고, 날 이렇게 달라지게 한 캐나다인들
은 좋든 나쁘든 여러 면에서 정말 한국인들과는 다르다.
가장 큰 예가 '대학 제도'일 것이다. 보통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이
10-20%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에서 10-20% 진학률이라면 정말 낮은 비율이
지만 여긴 그게 보통이다. 근데 중요한 것은 지원하는 학생 역시 10-20%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 대학은 진짜 공부하고 싶은 사람
만 가는 곳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어려운 것이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여기 학생들의 부모는 대부분 돈을 완전히 대 주지 않는다. 일부러
대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 비싼 학비를 대줄 돈이 없다. 세금 내고
자신들의 노후 보장에 대비하다 보면 항상 돈이 빠듯하다. 부모들 역시 그
들의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식들의 삶 또한 스스로에게
달렸다고 보는 것 같다. 보통은 어느 정도만 대 주고 나머지는 학생 스스
로가 벌거나, 정부에서 빌려서(student loan) 일단 공부를 하고 나중에 갚
아 나간다.
둘째는 여기선 학벌을 우리 나라만큼 꼬리표로 삼지 않는다. 진짜 실력
이 있고 성실하면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실제로 고용이 되기가 쉽다. 무슨
대학 무슨 과를 평생의 간판으로 내걸고 다닌다는 건 여기서는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다. 이건 정말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고, 그런 합리적인 사람들
이 만들어 나가는 캐나다가 아주 살기 좋은 걸 보면, 우리 나라도 기존의
고정 관념에서 어서 벗어나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현재 의과 대학에 원서를 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앞
으로 장장 7-8년 동안은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학교에 대학원서가 배부되자
주변 친구들은 학비 걱정이 대단했다. 부모님이 학비를 대 주시니 나는 행
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 면허를 땄을 때 아빠가 소형차를 사 주셨는데, 그걸 본 친국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척 놀라워했다.
"너네 부모님은 참 이상도 하구나."
캐나다 부모님에게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나 또한
친구들처럼 독립하려고 노력한다. 생활비는 거의 내가 벌어서 충당하고 있
다. 차 보험료며 기름값, 바이올린 레슨 시 피아노 반주비 등등, 그래도
아직 친구들에 비하면 부모님에게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곳 사람들의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 캐나다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있
는 것만은 확실하다.
부딪치며 배우기
다음의 글로 이어집니다.
클릭해주세요끝
'경제 및 생활 정보 > 알고 가면 살기 편한 캐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40 캐나다에 더 빨리, 쉽게 적응하기 위한 몇 가지 조언 3 (0) | 2019.01.12 |
---|---|
캐나다 40 캐나다에 더 빨리, 쉽게 적응하기 위한 몇 가지 조언 2 (0) | 2019.01.11 |
캐나다 40 캐나다에 더 빨리, 쉽게 적응하기 위한 몇 가지 조언 1 (0) | 2019.01.10 |
캐나다 39 10년 후의 우리들의 미래 (0) | 2019.01.09 |
캐나다 38 부딪치며 배우기 (0) | 2019.01.07 |
캐나다 36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 (0) | 2019.01.06 |
캐나다 35 캐나다 생활에 빨리 안정되려면 (0) | 2019.01.06 |
캐나다 34 한인 이민자에게 피부로 와 닿는 것이 가족 수당과 건강 보험 등이다* (0) | 2019.01.05 |
캐나다 33 노인들의 천국* (0) | 2019.01.04 |
캐나다 32 토막 상식/부동산 업체 '그레이스 랜드'최세일 사장 (0) | 2019.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