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면 살기 편한 캐나다
알고 가면 살기 편한 캐나다 - 1. 피어슨 공항에서 보낸 하룻밤 - 4
하지만 누군들 이 고생 없이 타국에서 정착할 수 있겠는가. 여기 사람들은
체면이나 가식 없이 솔직하고 진솔하게 대한다. 외국 손님들이 가족처럼
매일 방문하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사람, 일
본 사람, 폴란드, 필리핀, 캐나다, 이태리 검은 사람 등의 인사말을 배워
살갑게 구니 장사는 그만이었다. 니 호마, 오 하이오, 야세마쓰, 코무스타
가, 하우 아유, 쿰바리 등 간단한 여러 나라 말을 사용하니까 친구도 많이
생겼다. 이것이 내 나름의 삶에 대한 적응방식이 아닌가 싶다.
자식 때문에 이민왔다 하고 장사만 하면 언제 교육다운 교육을 시키겠는
가? 한국에서는 매일 회사 일로 술마시고, 온 동네 떠나갈 듯 고래고래 소
리를 질러 대기는 예사였다. 날이 다 밝아서야 대문 걷어차고 들어와서는
도둑이 큰소리친다고 마누라한테 화내고 자는 애들 깨워서 앉혀 놓고, "공
부 잘 해야 하는 거야, 이 아빠처럼 만날 술이나 마시면서 이래 살고 싶지
않거들랑. 그래, 그래, 공불 해야 해." 하고 소리를 질러대고는 쇼파에 꼬
구라져 자다 떨어지던 기억밖에 없다. 그러던 아빠가 이제는 아이들 생각
해서 학교 옮길 수 없다고 가게 거리가 고속도로 1시간이나 걸리는데도 이
사하지 않고 7년간을 출퇴근하고 있다. 그리고 저녁 7시면 어김없이 퇴근
해서는 아이들을 보듬고 뒹굴며 운동도 함께 하면서 놀아 주었다. 토요일,
일요일은 낚시를 가거나 캠핑을 갔다. 그랬더니 지금은 다 큰 아이들이
그런다.
"아빠가 술도 안 마시고 우리랑 놀아 준 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캐나다 아이들이 바보인지 내 아이들은 매년 우등상을 타 왔다. 아들 졸업
때도 그랬지만, 지혜 졸업 때에는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 전교 1등으로 받
은 금메달에다, 특별상으로 트로피를 받는 지혜를 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지혜야! 장하다. 정말 장해. 니가 효녀구나. 돈이 무슨 소용이냐, 내 아
이들이 보배다."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기쁜
날은 처음이었다.
큰 아이는 내년에 대학생, 작은아이는 11학년이 된다. 아들은 비행기 디
자인을 할 것이고 딸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라서 특별 활동으로 연
극을 하고 있다. 연기를 제법 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미인 대회에도 참가
시킬까 생각 중이다. 물론 현재까지 공부 잘 하고, 착하며 하루에 책 한
권은 독파한다. 이민오면 무조건 도서관에서 1주일에 7권을 빌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영어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영어에 대한 맺힌 한은 풀었다. 아이들은 한국말도 물론 잘 한다. 장모
님이 잘 키워주고 본인들 스스로도 아빠, 엄마 고생한다고 노력했던 결과
라고 생각한다. 토론토 내에 내 자식보다 월등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
을 말해야겠다. 어디 내 자식만 잘났겠는가.
세계가 불황이고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어 사업하다 실패해도 살 수 있는 나라다. 돈만 번다고 하면 이곳 생활
은 재미없을 것이다. 저녁에는 가족이 함께 모여 즐겁고 단란하게 지내고,
연어, 송어 등을 잡으며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나라다. 고생하기는 한
국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사는 재미가 있다. 이민 오려거든 한 살이라도 젊
었을 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어제 신문(삶의 현장)에서 월남전에 참전했
다가 캐나다로 바로 이민온 "나는 영원한 GM맨" 전기 기사 김치국 씨의 기
사를 보고 감동했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 분야를 살려, 가급적이면 한 직
장에서 한평생을 보낸 사람을 추천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였
다. 올해 회갑인 그는 74년 입사 교민 중 최장기 근속하고 있으며,평균 임
금이 일주일 단위로 150만원, 한달에 600만원이다. 큰딸은 작년에 박사학
위를 땄고 둘째는 교수 수업을 받고 있으며, 셋째는 경영학을 공부 중이
다. 캐나다에서 이민 생활의 거의 전부를 GM에서 보낸 김치국씨는 남은 5
년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특히 명예롭게 퇴진하신 분들은 여기서도 전공을 살려 제2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짧게나마 김치국 씨를 소개한다. 키 170센티미터,
84Kg, 남산만한 배, 두부살, 필리핀 사람 같은 나는 여기에서 열심히 운동
하고 일해서 지금은 근육살, 체중 74kg으로 날씬해졌다. 영어도 잘 못 하
고, 글도 잘 못 쓰지만 자신감 하나만은 내 모든 재산이다. 기회가 주어지
면 이민 생활 동안 조심하고 해결해야 할 것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다. 좁
은 땅에서 큰 땅으로 오는 것도 애국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캐나
다 땅을 한국 땅에다 붙이고 싶은 마음이다.
다음 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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