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면 살기 편한 캐나다
피어슨 공항에서 보낸 하룻밤 - 2
이민 가기로 결정한 후, 우리 가족 마음은 이미 캐나다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제 캐나다에서 살 거라네."
들떠서 아예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서류 심사가 끝나고, 1988년 6월 9일(날짜도 잊지 않고 있다) 같이 신청했
던 사람들과 꿈에 그리던 캐나다 답사를 떠났다. 벤쿠버 상공에서 내려다
본 경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나를 좋게 보면 모든게 좋게 보인다. 캐나다가 그랬다. 유독 우리 부부
에게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몬트리올로 와서 구경하고 변호사와 인터
뷰 중이었다. 문득 오늘이 결혼 10주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보니 오늘이 저희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통역하는
사람한테 말했더니, 금세 변호사와 직원들 모두가 박수치고 축하한다고 한
마디씩 했다. 이는 깊은 인상으로 남았고, 나중에 이민 조건(Condition)이
없는 비자를 받게 된 직접적인 동기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프랑스 퀘벡은 화려하다 못해 황홀한 도시였다. 다른 일행들보다
이틀 먼저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 부부는 단독으로 토론토로 왔다. 나이아
가라 폭포를 빨리 보고 싶어 서둘렀다. 도착해서 바라보니 감동! 마음속으
로 하루라도 빨리 이민오자고 결심했다. 그러던 중 배를 타고 폭포 밑까지
들어가니 옆에 외국사람들도 탄성을 질러 댔다. 폭포 소리가 아무리 커도
아내가 "여보, 나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정말 고마워요. 당신 때문에
이런 행복도 맛보네요."하고 감탄을 하니까 흐뭇했다. 슬며시 아내의 손을
내 쪽으로 끌어다 잡아 주었다.
한국으로 돌아 왔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 같이, "경치가 밥 먹여 주
냐?"고 빈정거렸다. 또 한편으로는, "뭐가 부족해서 이민을 가려고 하는
거냐?"며 말렸다.
"내가 좀 고생을 하더라도 내 자식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불어를 배우게
할 겁니다. 그래서 훗날 한국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우겠어요." 난 무슨
큰 포부나 밝히고 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드디어 1989년 12월 1일, 가족, 친지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캐
나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내는 뉴욕 제과를 8년 한 경험이 있고 난 상장 기업에서 10년 넘도록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아무리 딴 나라지만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 싶었지
만 막상 비행기 속에 않아 있으니 불안하고 초조했다. 기내식을 먹는 둥
마는 둥했다. 과연 경치만 먹고 환경만 믿고 캐나다에서 살 수 있을까 하
는 고민은 나만 하는 것 같았다. 지혜는 초등학교 2학년, 영민이는 4학년
두려울 만한 나이인데도 비행기 타고 캐나다 간다고 웃고 떠들며 좋아했
다.
일가 친척, 친구 하나 없는 밴쿠버 공항에 도착해서 이민 가방 8개를 서
로 끌어안고 세관 수속을 마쳤다.
다음 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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