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원 과로사' 찌라시 유포한 경쟁사 직원 무죄

법원 "글 내용이 허위이거나 허위 인식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쿠팡 직원이 강도 높은 야근 탓에 과로사한 것처럼 이른바 '찌라시'(정보지)를 작성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경쟁사 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이 쓴 글이 사실에 부합하거나 의견 표현에 불과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나상용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옥션 대리 A(28·여)씨와 이베이코리아 홍보팀장 B(43·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가 작성한 글을 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해 함께 기소된 지인 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9월 소셜커머스 사이트 쿠팡을 운영하는 포워드벤처스 소속 직원이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제 쿠팡 34세 여자 대리 사망', '부검 진행 예정이나 과로사일 듯' 등 내용이 담긴 글을 작성해 지인 7명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글에는 '밤 10시 재출근 종용', '퇴근했는데 밥 먹고 다시 출근하라 해서 출근하던 길에 길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짐', '쿠팡이 요즘 오픈마켓 한다고 MD(상품기획자)들에게 일 상품 5천 개씩 등록하라고 해서 다들 초 야근 중'이라는 말도 들어 있었다.

B씨는 A씨의 글에 '실제는 남성 직원 / 37∼38세 / 리테일 운영 담당자 / 쿠팡 내에서는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 등 내용이 덧붙은 이메일을 전해받고 '사람 잡는 쿠팡 야근'이라는 제목을 붙여 평소 알고 지내는 기자에게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숨진 직원이 가족력 또는 유전적인 이유로 출근하던 중 길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도 A씨 등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쿠팡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나 부장판사는 "글 내용이 허위이거나 A씨 등에게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 부장판사는 "숨진 쿠팡 직원 누나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오전 7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는 등 업무량이 많았고, 사고 당일에도 오후 7시께 집으로 돌아가 다시 회사로 출근하려다 돌연사했다"며 "(A씨의 글 중)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한다"고 지적했다.

'사람 잡는 쿠팡 야근'이라는 글 제목에 관해서도 나 부장판사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에 불과하고 허위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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