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계속해서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 25

25. 열흘 동안 꼼짝 않고 누워 있자

-자기성찰의 시간을 만들면, 분명한 미래가 보인다

 

  뉴욕에서 도쿄로 오는 항공편이 악천후로 인해 결항된다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미 다섯 시간이나 연장한 비행기 이륙은 이제  본격적으로 출발시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도 돌입해서, 언제 도쿄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벌써 5년 전의 일로, 한  텔레비전 방송사의 해외촬영 프로그램 때문에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의 일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스태프와 떨어져 이틀 동안 뉴욕에  더 체류했었는데, 막상 도쿄로  돌아가기 위해 쏟아지는  비를 뚫고서 공항에 나가  보니 모든 비행기의 날개를  접어 만들만큼 불어닥친 무서운  태풍 때문에 공항이 폐쇄될  지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반드시 그 날 그 시간에  그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TV 방송국 출연 스케줄도 문제지만,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연 사흘 동안 일곱 군데의 강연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섯 시간  정도 연착될 때는 좀 기다리면 되겠지 했는데, 아예 비행기가 결항될  뿐만 아니라 언제 이륙할지도 모르겠다는 항공사  측의 안내가 나를 초조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초조해지면, 시간은 그  반대로 느림보가 됩니다. 실컷 잤다고 생각하며 시계를 들여다보면 고작해야 1시간 정도밖에는 흘러가지 않았고,  너무나 지루해서 공항 로비를  몇 바퀴나 돌아도 30분밖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무려  40시간을 공항 로비 한구석에서 비행기 이륙시간을  기약도 없이 기다린 생각을 하면 지금도 머리가 빠질 정도입니다. 언제 비행기가 뜬다는 안내방송이 나올지 모르니  공항 밖으로 나가서 쉬지도 못하고, 그냥  무작정 대기하는 것입니다. 그냥 무엇인가를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 기약도 확신도  없는 그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들. 나는 인간에게 있어 이런 기다림이 얼마나 소중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주는가를 그때 깨달았습니다. 일생을 통해서 보면, 40시간이라는 것은, 이틀에서 8시간이  모자라는 극히 짧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40시간  동안 때로는 졸기도 하고  때로는 공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난생  처음으로 마음껏 몽상의 세계를  유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초조하고 지루해서  안절부절을 못했는데,  좀 시간이 지나자 아예 포기상태가  되어서 나 혼자만의 생각  속에 깊이깊이  침몰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좀  기분 나쁜 비유가 되겠지만,  감옥에 들어간 사람 중에는 그 참담한 기다림의  시간을 통렬한 자기성찰의 계기로 만들어 오히려 알찬 성장의 사간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감옥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미쳐 버릴 것처럼 불안하던 마음이 차츰 안정되면서, 서서히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지요. 30대는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을 갖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30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는 목적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꼭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점검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머리를 텅  비운 채로 한 열흘 푹 쉬어보겠다는 가벼운  목적으로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어 보십시오. '가볍다'고 했지만, 결코  그것이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사람은 더욱 성장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시간이 당신에게는 얼마나  있었습니까? 억지로 기다린다고 해서  결코 서둘러 오지 않는 시간 앞에서 인간이란  게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깨닫는 사람만이 시간을 진정으로 자기 소유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나 종교적인  생활을 하는 분들이 정기적으로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이 그 시간 동안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밖으로만 향해졌던 눈을  안으로 돌리는 일은, 30대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이라기보다는 인간이기 때문에 일생  동안 거듭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 거울  속의 자기를 쳐다보기도 어려울 만큼 바쁘게 살아가는 30대에게, 열흘 정도 꼼짝 않고 누워서 이런 시간을 가지라고 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이냐 하는 걸 잘 압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통해 남보다 10년 정도 앞서갈 수 있다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며 결코 헛된 낭비가 아닐 것입니다.


이글 읽으시고 감성코드가 같으신 분들은 좋은 덧글 많이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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