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각, 자본이 자유이동하는 '혁신 회랑' 구상
美IT기업은 캐나다 이민정책에 눈독…밴쿠버는 기술산업 기반 확충 기대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가까운 미래엔 국경으로 구획된 국가가 아니라 도시가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 활동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미주 대륙의 서북부 태평양 연안 도시 시애틀(미국)과 밴쿠버(캐나다)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사회적, 문화적, 자연 환경적
동질성과 지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두 도시를 갈라놓은 국경 장벽을 뛰어넘는 동반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가장 활력있는 경제를 구가하는 두 도시의 정계, 학계, 정보기술(IT) 업계 지도자들이 한 뜻이 돼 미는 '캐스캐디아(캐스케이드 산맥) 혁신 회랑' 구상이 실현돼 또 하나의 실리콘 밸리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4일 `IT 도시동맹' 움직임을 소개했다.
밴쿠버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1억2천만 달러(1천330억 원)를 투자해 신축한 사무실 건물들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앞으로 매년 임금과 기타 운영경비로 9천만 달러 이상이 밴쿠버에 유입되고, 밴쿠버 현지 인력 750명이 채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밴쿠버에 투자한 더욱 중요한 요인은 미국보다 훨씬 너그러운 캐나다의 이민정책이다. 세계의
기술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선 미국이 미처 다 공급하지 못하는 컴퓨터과학 인력 충원을 위해 인도, 중국 등의
이민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도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미국의 정보기술 업체들의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을 더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 미국의 이민정책에서 기업이 가장 싫어한다는
'불확실성'의 존재가 시애틀과 밴쿠버 간 도시동맹의 한 추진력이 되는 셈이다.
밴쿠버 도심 거리엔 마이크로소프트 말고도 노드스트롬 백화점 등 시애틀 '태생'의 미국 업체들이 이미 다수 진출했다.
시애틀이 밴쿠버로부터 고급 기술인력의 자유로운 충원을 기대한다면, 밴쿠버는 미국 기술 기업들의 유치를 통해 미래의 기술 기업가들을 양산해 기술산업의 기반이 확충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밴쿠버는 원래 벌목과 해운 산업으로 성장한 도시이지만, 최근 수십 년간 산업 다변화 노력을 통해 영화와 비디오게임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10억 달러 이상의 덩치를 가진 기술산업 분야 신생기업을 가리키는 '테크 유니콘'도 밴쿠버에 하나 있긴 하지만, 지난
10년간 밴쿠버 현지 기술 신생기업에 투자된 모험자본은 총 17억8천만 달러에 불과해 시애틀의 89억 달러에 비해선 미미한
편이다.
밴쿠버의 기술산업 진흥 야심은 그러나 홍콩과 시드니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살기 힘든 도시로 꼽힐 정도로 비싼 생활비에 발목 잡힐 우려가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이 물밀듯 유입됨에 따라 밴쿠버의 주택 가격은 지난 8월 중간값이 1년 전에 비해 27.8%
폭등한 106만 미 달러(11억8천만 원)에 이를 정도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비해 임금은 절반 수준이면서
주택값은 그보다 높은 편이다.
시애틀과 밴쿠버 시의 구상에 또 다른 장애는 224km 떨어진 두 도시를 잇는 도로의 만성 정체. 해법으로 시속 320km 이상의 초고속 철도를 건설, 현재 자동차로 4시간 이상 걸리는 것을 57분으로 줄이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3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게 문제다.
이보다 돈이 덜 드는 방안으로, 시애틀의 기술정보 업계가 내놓은 게 두 도시를 잇는 주간고속도로 5호선의 이 구간을
자율주행 자동차 전용으로 만들자는 제안. 이동시간 절약 면에선 고속철도보다 못하겠지만, 탑승자들이 운전에 신경 쓰지 않고 차
안에서 업무를 보거나 영화 시청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두 도시의 관리들과 기업인들은 지난달 밴쿠버의 한 호텔에 모여 이런 문제들을 포함해 두 도시 간 사람, 생각, 자본의 자유 이동을 위한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사입력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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