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 가 보자


계속해서 앞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 7


  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 가 보자
-원점을 확인하는 것이 더 힘차게 미래로 가게 하는 힘이 된다

 

  광고 CF를 촬영하기 위해 고베시에 간 길에, 문득 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20대를 마감하는 스물아홉 가을의 일이었습니다. 촬영  스태프와 헤어져서, 나는 어슬렁어슬렁  록코거리로 걸어갔습니다. 다섯 살 때까지 고베시의  록코거리에서 살았으니까,  정확히 24년 만에 고향을  찾은 셈이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고베에 간 적은 많았지만,  어렸을 때 살던 집을 가보고 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살면서  추억의 장소를 찾아보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온통 미래로만 향해 있었기 때문에, 과거를 되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마음이 미래로만 향해 있을 때는 과거는커녕 자신이 현재 서 있는 곳도 잘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문득 멈추어 서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어지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나는 그 시기가 바로  30대라고 생각합니다. 30대는 당연히 이래야  하고, 이런 회고와 반추가 30대인 당신을  더욱 살찌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24년이 지나  찾아갔는데도 불구하고, 역에서  내려 버릇처럼 록코거리로 걸어가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릴 때 살던 아파트가 있었던 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약도를 그려 달래지 않으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손쉽게 찾아내다니, 인간의  기억이란 참으로 놀라운 것입니다.

머리로 기억하는 것도  놀랍지만, 발이나 눈이나 귀로 기억하는 것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어릴 때  다니던 유치원, 영어를 배우던 교회, 고베대학으로  이어지는 언덕길과 그 언덕 양쪽에 그림처럼 서  있는 가로수. 예전에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는 사라지고 고급 빌라가 세워져  있었지만 록코거리를 에워싸고 있는  풍광은 조금도 변한게 없었습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오직 사람뿐입니다. 우리 인간만이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서  하루하루 변해 갈 뿐입니다. 지금도  나는 촬영이나 강연을 위해 지방에 갈 때면, 반드시라고 할 만큼 추억의 장소로 달려가곤  합니다. 처음 도쿄에 왔을 때 살았던 동네. 처음으로 자취생활을 했던 와세다대학 건너편의 하숙촌. 하쿠호도 광고회사에 들어갔을 때  지냈던 작은 아파트. 맨 처음 단독으로  광고CF 제작을 책임 맡고 촬영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후쿠오카 해변가를  며칠 동안 배회한 적이 있는데, 그곳은 내가 후쿠오카에 갈 때면 어김없이  찾는 추억의 장소입니다. 어느 소설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배우가 가끔 호화로운 저택을 뒤로  하고서 변두리 동네의 초라한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그가 어린 시절에 10명의 가족과 함께 지내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였습니다. 그곳이 바로 그의  원점입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원점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초라한 아파트로 달려가 밤을 지새우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신경이 미래로만 향해 있는  20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절대로 공감하지 못합니다. 20대에게  있어 과거라는 것은 잊혀지고 청산되어야  할 일들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0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시리도록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대는 원점에서 얼마나 멀리 떠났느냐가 삶의 주제가 되지만, 30대는 원점이 어디냐 하는 게 주제가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자주 묻게 되는 것이 30대입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어쩔 수  없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 하필 30대에 이런 질문의 노예가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30대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30대가 되면,  주변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누군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던져지는 질문이 됩니다. 이런  때면 숨가쁘게 달려오던 걸음을  멈추고서, 문득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멈추고 싶어질 때는, 그렇게  함으로써 더 힘차게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을 찾아가십시오. 세상의 때라곤 전혀 묻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의 당신 모습이 거기 있을 것입니다. 그 순수 속에서,  당신은 어린 날의 당신이 그렇게도 간절히 꿈꾸었던 무엇인가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일수록 어린 시절의 당신으로 돌아가십시오. 거기에  해답이 숨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30대는 우리 삶의 해답을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는 걸 절감하는 시기입니다.

 


 

 

이글 읽으시고 감성코드가 같으신 분들은 좋은 덧글 많이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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