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고 미래가 불투명한 국민연금 - 2
셋째, 소득재분배이다. 소득재분배는 사회통합을 증진시키고 보다 공정한 사회를 형성하기 위하여 사회가 시장에 의한 소득분배를 변경하려는 집합적 결정을 할 때 발생한다. 생애소득이 낮은 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연금제도는 시장에 의한 소득분배를 변경하는데 사용되는 주요 수단중의 하나이다.
넷째 노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이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7.2%로 고령화사회(UN 기준 : 7%)에 진입하였으며 2019년에는 14%를 넘을 전망이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평균수명은 크게 늘어난 반면, 출산율은 낮아져 부양해야할 노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노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에 노인부양의식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핵가족화의 급속한 진행에 의한 부양의식 약화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하여 부양비를 마련해야 되고 본인도 소득능력이 있을 때 스스로 노후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도래되고 있다.
다섯째 사회적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각종 사고의 위험이 도처에 깔려 있고, 기상이변 등으로 풍수해 등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고 발생시 사전 대처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게 되는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연금제도는 88년 1월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해 왔는데 처음에는(88.1월) 상시근로자가 10인 이상인 직장부터 처음 시행되었고 92.1월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 95년 7월에 농어민 및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에 확대시행, 99.4월에 도시지역 주민까지 확대되면서 전국민 연금시대가 개막되었다고 할수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그냥 두고만 봐야하나?
세대간 소득 이전 없이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크게 보아 두 가지 방향의 제도 개혁이 가능하다.
하나는 현 세대가 연금 보험료율을 훨씬 더 많이 내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을 보아도 대부분 우리보다 보험료율이 훨씬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수십 년 전에는 선진국들도 보험료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비교적 높은 소득대체율을 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의 연금제도가 세대간 소득이전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연금제도는 노인인구 비율이 비교적 낮을 때에만 유지가능하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가 늘어나게 되자 보험료율을 크게 인상해 왔다. 그럼에도 연금 재정은 여전히 취약하여 제도 개혁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12% 수준인 노년 부양비(15~64세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2030년에는 36%, 2050년에는 63%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의 개정안도 이를 고려하여 보험료율을 인상코자 한 것인데, 노후생활을 보다 충분히 보장하려면 개정안보다도 훨씬 더 많이 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 경우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극도로 커질 것이며,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간 형평성 문제, 소득계층간 형평성 문제 등이 더욱 심각하게 대두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국민연금의 목적을 노인 세대의 기초생활만을 보장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보다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추가 소득은 국민연금 외의 다른 방법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퇴직금 제도 같은 것이 그러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 퇴직금 제도는 법적으로 강제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적인 노후소득 보장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고 민간부문에서 개인별로 관리된다는 점에서는 사적인 성격을 갖는다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공적인 성격과 사적인 성격을 함께 갖는 노후소득 보장제도는 가입자의 저항을 줄이면서도 노후소득 보장 효과는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금 제도는 5인 이상 사업장의 1년 근속 이상의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봉급생활자의 약 50%, 전 취업자의 약 30%만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또 중도 퇴직과 퇴직금 중간정산 등으로 인해 노후소득 보장 의미는 크게 퇴색되어 있다. 노후소득 보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 중인 퇴직금의 기업연금으로의 전환, 적용대상 근로자의 확대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자영업자 및 농어민의 경우에도 공적인 성격과 사적인 성격을 함께 갖는 연금제도의 도입을 모색하고 순수한 민간연금 제도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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