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그렇다면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들이 이 2,500자 안에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얼마나 겹칠까 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저의 희망은 많이 겹치는 거겠지요.

우선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가 도대체 몇 자 정도 되는지, 어떤 한자들인지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문득 떠올린 것이, 교육부 지정 교육용 한자 1,800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중학교용 한자 900자와 고등학교용 한자 900자 모두 1,800자를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교육부에 계시는 어른들, 그리고 많은 한문선생님들의 이론이자 희망사항일 뿐이고,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고등학교 졸업 당시 1,800자를 다 알지 못했으니까요. 아니 아는 글자가 몇 자 없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솔직한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교육부에서 지정한 1,800개의 한자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될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면서도 자주 쓰이는 한자라는데 의의를 다실 분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의 범위를 교육부 지정 교육용 한자 1,800자로 정하고,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이 교육부 지정 교육용 한자 1,800자를 앞에서 말씀드린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2,500자와 비교해 보니 1,800자 중에서 1,673자가 겹쳤습니다. 2,500자 중에서 1,673자가 겹치니까 66.92%의 글자가 겹친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 1,673자를 아는 사람이 중국어로 된 책을 봤을 때, 거기서 아는 글자가 몇%나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전체 2,500자 중에서 1,673자를 아니까 실제로 책을 보면서 아는 글자가 나올 가능성이 66.92%다는 아니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저 2,500자 중에서 자주 사용되는 글자가 있을 것이고, 가뭄에 콩나듯 사용되는 글자가 있을 것인데, 그걸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짜로 중요한 의미를 띄는 것은, 한국 사람이 저 1,673자를 알고서 중국어를 배울 때 실제로 접하는 글자의 비율입니다. 그래서 이 1,673자를 앞에 말씀드린 중국에서 자주 쓰는 사용 빈도 통계에 대입하여 계산해보니 94.70%였습니다. 즉 전체 중국어의 94.70%는 1,673자, 그것도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교육부 지정 교육용 한자 1,673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세상에 이런 충격적인 일이. 놀랍지 않습니까?

 

정리하겠습니다. 중국어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가 한국어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람은 서양 사람에 비해 굉장히 유리한 조건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은 중고등학교 시절 한문 시간에 열심히 했든 안 했든 한자를 접했고, 한자검정자격시험이네 뭐네 하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자를 배울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양 사람들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이 유리한 점을 빨리 깨닫고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효율적으로 중국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중국어를 배움에 있어서 한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 첩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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