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출 갈라잡이1- 나는 여기 왜 있는가, 권하는 말 by 미국에 와 있는 놈
약 3년전 조국이 엔지니어를 쓰레기처럼 버리더군요. 연구소를 시범 케이스로 초토화시키더군요. 엔지니어들은 흔히 순진하며 말이
없고, 정치적 이슈에 따라 잘 뭉치지 않기에 다루기 쉬우며 만만한 것이 공돌이였다고 그들은 생각 했던 것 같습니다. 정부와 관료에
대한 국민의 폭발 할 것 같은 불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가장 손쉬운 희생이였다고 봅니다.
그래서 조국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조국을 버리고 미국에 와서 팔자 고친 공돌이 입니다. 조국이 나를 버렸다는 뜻은
정권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일부 세력만이 엔지니어를 버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당시 엔지니어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짓에 대한 소수 엔지니어의 저항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심했을 뿐만이 아니라 악의적인 정부의 선동조작에 귀를 막고 우리의
소리를 부러 듣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지도자랍시고 목에 힘주는 사람들(대부분 문과, 글쟁이들)의 공돌이에 대한
무시와 냉소를 몸으로 알아 버렸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조선시대와 같이 '천/민'이였던 것입니다.
그 때 저는 어렸을 적의 단순하고 순진한 꿈과, 공돌이 나름대로의 애국, 애족하고자 하는 뜻을 시궁창에 버렸습니다.
박봉에, 거의 포기한 가정 생활, 휴가를 잠으로 지샐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늘 피곤하며, 30대 후반 이후에 반드시 맞닥드려야 할
절벽을 향해 거친 숨으로 살아가는 수 많은 한국의 엔지니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쓰려 옵니다. 그나마 저는 나은
편이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특례 끝나자 마자 그런 결정을 하고 실행을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엔지니어의 지옥에 살고 있는 옛 동료들을 구하는 심정으로 몇자 적을까 합니다. 이미 이 길로 들어서서 한국 내에서 진로 수정을
하지 못하는 분들(특히 고참 경력자들), 전공을 결정하신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제가 여기 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를 더 구체적으로 소개할 필요를 느끼는 군 요.
그 때가 아마 94년쯤 이였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같은 연구소에 일하고 있던 독일박사 한 분이 같이 회식 2차를 하다가
차라리 고시 공부를 준비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던 저로서는 충격적인 고백이
였습니다. 그 때 그분은 한국에서 살 거면 자식은 절대로 공대 보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독일에서 공학박사로 있을 때의 대우와는 달리, 한국에서의 공학박사는 완전히 문과생들, 특히나 관료들(사무관들)의
시다바리임을 알았기 때문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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