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던 캐나다 금광회사, 인터넷에 "금맥 찾으면 57만달러" 공모


경쟁사 고급두뇌들 밤샘 연구… 회사 '대박 금맥' 캤다

“핵심 기술이 없어서 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경쟁회사의 고급 두뇌를 이용해 회사를 살릴 방안은 없을까요?”

“어떻게 하면 회사에 손해만 끼치는 ‘썩은 사과(불량 고객)’를 골라낼 수 있을까요?”

기업 경영의 난제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 이곳은 대기업 중역 회의실이 아니다. KAIST 경영대학원의 최고 컨설턴트 과정 강의실. 40여명의 국내 기업 임원과 중간 간부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경영정보시스템(MIS) 전문가인 이병태 교수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 문제 해결의 전제는 한 가지다. “물리적·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e-비즈니스’를 이용해 보라”는 것이다. 강의 주제는 ‘디지털 혁신기업은 어떻게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조할 수 있을까’였다.


캐나다의 금광 회사인 골드코프(Goldcorp)는 몇 년째 금맥을 찾지 못해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이었다. 수십 차례 금맥 찾기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CEO인 롭 맥어윈(McEwen)은 1999년 말 MIT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해 무료 컴퓨터 운영체체인 '리눅스(Linux)'의 성공 스토리를 듣다가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맥어윈은 이듬해 3월 인터넷에 '골드코프에 도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현상 공모를 냈어요. 자기 금광의 지질도와 갱도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금맥을 찾는 사람에게 금 채굴 비율에 따라 총 57만여 달러의 현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주변에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놀려댔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성공이었다. 몇 주일 만에 수백명의 전문가들이 금광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 연구에 몰입했다. 그들 대부분은 경쟁 회사 직원들이었다. 금맥 찾기의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몇 달 사이에 금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큰 곳 100여 군데를 점찍어 줬다. 물론 아르바이트였다. 놀라운 것은 이 중 80%에서 금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니 그런 방법이 있었나?" "기발하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이를 "브레인(brain) 아웃소싱"이라고 했다. "맥어윈은 인터넷이란 도구를 이용해 다른 경쟁회사의 최고 두뇌를 빌린 것입니다. 그 덕분에 이 회사는 부도 위기를 딛고 일약 최고 유망 금광회사로 떠올랐습니다. 현상금을 주고 나서도 그 수십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죠. 경쟁사 전문가들이 밤잠을 자지 않고 자기를 위해 일하도록 만든 것,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블루오션 만들기입니다."

이 교수는 비슷한 사례를 하나 더 들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프록터앤드갬블(P&G)이다. P&G는 제품 다각화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극심한 'R&D(연구개발) 비만증'을 앓고 있었다. 출시한 상품 수가 3000개를 넘으면서 자체 능력만으로는 신제품을 계속 개발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그 돌파구로 시도한 것이 바로 외부 전문가를 통한 제품 혁신이었다.

"P&G는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의 개선안을 낸 외부 전문가들에게 '혁신 인센티브(innocentive)'를 주겠다고 인터넷 공고를 냈어요. 거기에 경쟁회사나 대학 등 100여 개국에서 15만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응모를 했어요. 이를 통해 P&G는 자체 연구개발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신제품의 35%를 외부 전문가들의 힘으로 개발할 수 있었죠."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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