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감정적 특징 - 진지함에 대한 거부감 - 3/3


흔히 일반적 감정 발현 과정이라면
 
농담과 희화로 무게감 있는 감정들을 격리시키려 함 > 격리가 잘 안 됨, 진지하고 심각한 감정이 발현, 일명 정색 > 진지하고 심도있는 감정이 발현되어도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분노와 화 라는 감정이 발현
 
이런 순차적인 과정, 즉 '정색'이라는 중간과정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감정 발현 과정은 이런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농담이나 웃기는 걸로 계속해서 넘어가려고 하다가 이것이 안 되면 중간 단계 없이 갑자기 발작적으로 화를 낸다는 점.
방금전까지만 해도 웃다가 갑자기 화를 내버리니 극단적인 감정적 성향으로 보일 수 밖에...
 
아래 예시는 내가 생각하기에 전형적인 한국인의 감정 발현 과정이다.

A: 야, 나 교무실 갔을 때 담임이 C네 엄마한테서 선물같은 거 받는 거 봤다.  
    근데 그거 엄청 비싼 술이더라
 
B: 근데 뭐, 그게 어쨌다고.
 
A: 아니, 야 그거 촌지 같은 거 아니냐?
 
B: ㅋㅋㅋ 야 선물 좀 받을 수 있지, 그게 뭐 ㅋㅋㅋㅋ (농담조)
 
A: 아니 그래도 말이지, 안 그래도 애들 사이에 담임이 노골적으로 C한테 편의를 준다는 말이 돌던데, 그거 신  고같은 거 해야 하지 않냐?
 
B: ㅋㅋㅋ 아, 씨발, 나도 교사나 되서 선물이나 왕창 받아볼까, 어차피 안 들키기만 하면 된다든데 ㅋㅋㅋㅋ     야 옛날에는 선생들 촌지 존나 많이 받아서 일상이었다던데, 하~ 씨발 나도 그 시절 선생하면 꿀일듯 ㅋㅋ   ㅋㅋㅋ (농담조)
 
A: 야, 지금은 다르지, 담임 어떻게 해야 되냐? 신고할까?

B: 아! x발!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개새꺄! 왜 자꾸 나한테 캐물어! 뭐! 뭐! 어쩌라고!  (갑자기 화를 내며)
 
A: 아니.... 그래도....
 
B: ㅋㅋ 야, 가자 종 쳤다, 빨리 안 들어가면 담임이 지랄거리겠다. ㅋㅋㅋㅋ
    (갑자기 바로 농담조로 돌아옴)

위 상황에 대한 감정적 발현 과정에 대해 살펴보면 B는 끝까지 농담조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중간단계 없이 발작적으로 화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또 갑자기 다시 완연한 농담조와 가벼운 분위기로 몰아간다.
모든 감정이 갑자기고 순간이고 발작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에 깔린 B의 심리는 이렇다.
자신은 이런 무게감 있는 감정을 발현시키기 싫다. 그런데 A가 계속해서 진지한 감정을 지속하자 그 무게감 있는 감정을,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격리시키고 회피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상황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빈번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한국인들의 감정적 회피 성향에 대해 여러분들 말을 들어보고 싶다.
 
참고로 이 글은 철저한 고증이나 학문적 참고를 통해 쓴 글이 아니므로 개똥철학이라고 표현한 것이며 이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나 역시 전형적인 한국인이며 위에서 비판한 감정적 성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이런 무조건적인 감정적 회피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비교적 의식하면서 바꾸려고 노력할 뿐이다. 또한 사람의 주관은 각자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감정적 성향이 어때서? 좋기만 하구만." 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일체 비판 및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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