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스크린쿼터제, 지금 그 의미가 존재하고 있나?
얼 마 전, 정확히 4일 전 월요일에 M박스라는 영화관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영화 암살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평소 핸드폰 예매를 하는 편이나, 갑자기 시간이 생겨 방문한터라 창구 예매를 했다. 그러나 암살을 보기는 어려웠다. 남은 좌석은 16좌석으로 모두 앞 줄.. 지인이 굳이 암살을 봐야한다기에 다음 영화 시간을 보니 영화관에서는 보기 드문 타임인 1시간 간격으로 계속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음 타임으로 예매하려는데 역시나 앞 줄 뿐.. 그 다음 타임도..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 없기에 미션임파서블5를 봤다. 꽤 재미있게 보고 나와서 든 생각 때문에 이 글을 적어본다. 암살.. 그렇게 많은 상영관으로 다른 영화들의 개봉 목표를 저격하는 암살. 당연히 1,000만 관객 돌파는 예정되어 있다. 천만 단위의 관객이 5천만 인구에서 이렇게나 쉬운 것이었었나?
최민식 주연의 영화 명량이 1,8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다수의 한국 영화들이 100만 관객은 가뿐히 돌파하고 있다. 한때, 헐리우드 영화의 자본력과 재미에 눌려 고전하던 시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영화는 재미가 없다.’ 라는 인식이 영화인들의 노력과 발전에 의하여 ‘한국영화도 재미있다.’ 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한국 영화 시장의 발전은 마치 수십 년을 거듭한 변화로 보여질 만큼 성장해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분명 스크린쿼터제가 있다.
스크린쿼터제는 헐리우드영화의 침략과 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화 쇠퇴기를 겪는 여러 나라들을 본 우리 나라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한국 영화를 1년에 2/5 이상(146일)을 상영해야 한다는 보호무역주의의 형태로 프랑스, 독일 등 여러 나라 영화인들에게 지지를 받은 제도다. 이 제도가 2006년 정부와 미국의 FTA 협상에 이어진 축소가 시행됐는데, 기존의 절반인 1년에 1/5 이상(73일)으로 개정되었다. 당시영화인들은 자국 영화의 앞날을 위태롭게 한다며 반대 운동을 펼쳤다. 스타 배우들을 비롯 수많은 영화감독, 관계자, 학생들이 반대 운동을 했지만 결국 1/5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영화인들의우려와 달리 한국 영화는 계속해서 부흥기를 이어갔고 스크린쿼터제와 상관없이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보이고 있다. 시나리오의 탄탄함, 감독의 역량, 배우의 연기력, 스탭의 실력 등 수많은 성장의 결과물이겠지만 그중심에는 한국 영화도 자본력의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본력은 곧 스크린 독과점으로 이어졌다. 이런 한국 영화 시장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는 과연 영화인들이 처음 주장했던 그 역할을 하고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냉정하게 말할 수 있다.
왜? 스크린쿼터제의 순기능은 이러하다. 한국 영화 장르의 다양화 추구, 한국 영화 전체의 성장, 한국 영화에 대한 보호 거기에 영화 꿈나무들의성장 발판. 이런 순기능을 위해 수많은 영화인들이 나서서 축소 반대 운동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생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나?
우리 나라 영화 배급사든 4강 구도로 되어 있다. CJ, 롯데,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이중에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제외하고는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을 보유하거나 일정 수준이 뛰어넘는 부분을 확보하고 있다.
자. 여기서 바로 영화인들의 주장은 뒤바뀐다. 영화가 자본력에 의해 상영하지못하거나 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외치더니 지금 저 배급사들을 주축으로 새로운 침략과 잠식을 막지 못한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가 보인 모습과 지금의 한국 영화가 보이는 모습이 뭐가 다를까?헐리우드 영화가 극장을 다 차지해서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가 없다는 관객들의 우는 소리. 지금한국 영화 시장이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과 특정 장르,작품에 대한 집중 투자는 영화인들 스스로가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 나라 영화시장에 스크린쿼터제가 필요할까? 영화인들은 모르겠지만 일반 관객들은 존재의 가치를 못 느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영화가 보고 싶을 뿐이니까. 애국심으로 영화를 보고싶은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자고 하면 영화인들이 수긍할까? 절대 안 할 것이다. 2007년 이후, 침체되었던 한국 영화 시장의 시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그런데 그때의어려움은 스크린쿼터제의 축소와 무관하다고 본다. 한국 영화의 헐리우드 따라잡기를 통한 무리한 투자와자본력이 흥행이라는 사고 방식에 인한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한창 영화도 모르는 투자자들이설치고 다녔으니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제를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유지하려면 처음 의미에 맞게 바꾸라고. 헐리우드 배급사들과 똑같아진 한국 배급사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탄탄한 시나리오와연출력, 연기가 잘 어우러지는 영화지만 대형 배급사를 잡지 못해 상영하지 못하는 그런 영화들을 찾는기구를 설립해서 그 영화들을 위한 스크린쿼터제를 시행해주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야 말로 예전 영화인들이주장하던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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