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설현장은 왜 청년 일자리의 무덤이 됐나?-2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자주 예로 삼는 비유가 있습니다.
인도의 버스 기사와 스웨덴의 버스 기사 얘기. 버스 운전 실력으로만 놓고 보면 비포장도로에서 다른 차는
물론, 사람, 소까지 피해 운전해야 하는 인도의 버스 운전기사 실력이 월등히 나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임금으로 보면 스웨덴 버스 기사가 몇 배 높은 돈을 받습니다.
스웨덴 버스회사 사장님 입장에서 봤을 땐 당연히 운전 실력이 뛰어난데도 낮은 임금을 줘도 되는
인도의 버스운전기사를 수입해 써야 할 겁니다. 그러나 그건 스웨덴 정부가 허용하질 않습니다.
자국의 하부 일자리 시장을 외국인과 직접 임금경쟁 시키는 나라는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 선진국들 역시 건설현장은 마찬가지로 힘들고 위험한 일인데 어떻게 해서 자국의 청년들이 직업으로 택하게
만든 걸까요? 이 역시 중소기업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역할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였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한번 보겠습니다. 일단 미국 건설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교사, 경찰관들과 비슷합니다.
힘들고 위험한 건 우리와 똑같지만,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 중산층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소득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건설현장은 힘없는 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임금이 부당하게 깎이기 쉽습니다.
대신 미국엔 Prevailing Wage 즉, 적정임금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건설 사업의 경우 주 정부가 목수, 철근공, 미장공 등 각각의 건설 기능인력별로 시간당 임금을
설정해 놓고 이 임금을 건설사가 지급하는지까지도 주 정부가 감독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적정임금대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건설사는 3년간 공공 건설 공사의 입찰 자격이 박탈됩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건설사가 공공건설에 참여할 때 인건비는 아예 손대지 못하게끔 못 박기 위해섭니다.
미국의 Prevailing Wage가 법제화된 것은 대공황 직후인 1931년입니다.
당시 실직한 수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육체노동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정부도 테네시 강을 개발하고 후버 댐을 건설하면서 쏟아져 나온 실직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육체노동자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임금이 무한정 깎여나간 것입니다.
당연히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임금이 떨어졌고 가뜩이나 대공황으로 움츠러든 시민들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1931년 데이비스와 베이컨 두 의원이 발의해 미국 연방정부가 채택한 것이 바로 Prevailing Wage, 적정임금제도입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넥타이 풀고 강바닥에서 등짐을 지기로 결심한 시민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테네시 강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라, 그럼 건설사가 임금을 깎지 못하도록 정부가 보장하겠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정부가 국민들과 한 새로운 거래, 바로 ‘뉴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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