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설현장은 왜 청년 일자리의 무덤이 됐나?-3

 

강바닥 파헤쳐 토목사업 일으킨 것이 뉴딜이 아니고 열심히 일하면 정부가 생활임금을 보장해주겠다고 한 것이

 

뉴딜 사업의 근본 개념입니다. 이후 적정임금 제도는 건설사들의 지속적인 반대에 몇몇 주는 폐지했지만

 

여전히 32개 주에서 지속되면서 미국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좋다고 할 순 없을지 몰라도 나쁘지 않은 일자리로

 

지켜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가 미국식 적정임금 제도를 도입하려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대형 건설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법제화는 무산됐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왜 반대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공공 임대 아파트 단지 공사비 설계 내역서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발주처인 SH공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에게 콘크리트 등 재료비는 얼마 정도 들 것이고,

 

노무비는 얼마 정도 들 것이니 이를 고려해 입찰하라는 일종의 공사 원가 지침서 같은 것입니다.

 

이 내역서를 보면 한 예로 15톤 덤프트럭 기사의 한 시간 노임을 23,804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습니다.

 

보통 하루 9시간 일하니 하루 일당으로 치면 21만 4천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실제 덤프트럭 기사에게 확인한 하루 일당은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이쯤 되면 건설사가 서울시에서 노무비 명목으로 받아간 돈이 전부 얼마고 실제 지급한 돈은 얼마나 되는지 그 차액이

 

궁금해집니다. 그렇지만 이런 공사비 세부 내역은 모두 건설사들의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비공개 사항입니다.

 

 

 

 

4대강 사업 때도 세부적인 공사비 내역은 모두 공개가 거부됐습니다. 민간 건설사들이야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정부가,

 

그것도 세금이 들어간 공공사업을 공사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국민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미국처럼 강제성 있는 적정임금 제도가 있다면 건설사가 덤프트럭 기사 일당을 21만 원 넘게 주겠다고 받아가서 실제론 10만 원만 주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최소한 국민의 세금이 건설사들에게 바가지 쓰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건설 현장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방안은 Prevailing Wage(P.Wㆍ적정임금제도) 도입입니다. 

 

미국의 주 단위에서 시행 중인 P.W는 각 주마다 책정된 적정임금이 발주처에서 건설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만약 적정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급하면 엄격한 처벌이 뒤따릅니다. 

 

‘건고법 개정안’이 바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에 한국형 P.W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P.W가 도입되면, 건설 현장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임금 배달사고’를 원천차단할 수 있습니다. 

 

발주처에서 나온 임금이 원청사와 하청사를 거치고, 다시 불법 재하청과 재재하청을 거치다 보면 임금이 점점 하락하는 문제가 건설 현장에 만연합니다. 

 

예를 들어 10만원이 넘었던 건설근로자 일당이 이 같은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며 7만원으로 깎이죠. 

 

아예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체불 현상도 발생합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재작년 전 산업에서 1조3000억원의 임금이 체불됐고, 그중 3000억원이 건설업에서 발생했습니다. 

 

전 산업에서는 체불 금액이 줄어들었지만 유일하게 건설업에서만 증가했습니다. 그 규모도 증가세구요. 

 

2010년 1463억원이었던 것이 4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에게 임금 체불은 생계에 대한 중대 위협입니다. 

 

무엇보다 P.W가 현실화되면, 어차피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근로자 임금을 하락시켜 가며 저가낙찰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건설사들은 임금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을 하게 되고, 고숙련 기능인 양성으로 이어집니다. 

 

자연스럽게 부실 시공과 비리를 방지하는 효과도 생긴다.고품질의 건축물이 들어서게 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연장근로 같은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들이 건설 현장에 응축돼 있습니다. 

 

가포남(가정을 포기한 남자들) 등이 발생하는 주 요인이고 높은 산재율도 문제입니다. 

 

건설업은 전 업종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종인데 작업환경은 어떤가요?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야외 작업이 대부분인 건설 현장은 무방비 상태다. 이런 일자리를 청년들이 찾을 리가 없습니다. 

 

건설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부활시키려면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건설 현장이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저임금과 불안정 일자리의 상징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업종으로 건설업이 발전해야 합니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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