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사회 깊은 곳에는 연쇄 살인마들이 숨쉬고 있다.
아직도 두렵습니다. 아직도 무섭습니다. 유영철이 나왔을 때, 강호순이 나왔을 때 우리는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이런 쇼킹한 연쇄 살인마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간혹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나오긴 했지만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할만한 연쇄 살인마는 없었습니다. 경찰들의 수사력이 뛰어나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붙잡기 때문에? 아니면 현재 연쇄 살인마들이 없기 때문에?
연쇄 살인마들은 지금도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게 연쇄라는 연관성을 못찾았거나, 피해자를 못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원래 연쇄 살인마들이 등장하는 나라가 삶이 더욱 궁핍해지거나 사람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떨어지고 사회성 결여 혹은 경쟁의 심화가 나타나면 살인은 더욱 증가하고 살인의 경험이 쌓인 살인마들이 살인의 희열을 잊지 못하고 연쇄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끔찍한 연쇄 살인마들이 나타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살인마의 상기를 위해 우리나라 연쇄 살인마들의 대표적인 살인 사건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7명을 살해하고 1975년에 검거된 김대두, 1982년 총기난사로 주민 60여명을 살해한 우범곤, 가진 자들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으로 5명을 살인한 지존파는 20여년에 걸쳐 등장했습니다다. 이처럼 7년여에 한 번 꼴이었던 살인마의 등장이 급물살을 탄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지존파 등장 이후 나타난 온보현을 필두로 막가파,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정성현 등의 살인마가 2년에 한 번 꼴로 출연했는데요. 강호순은 혜진, 예슬을 살해한 정성현이 검거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등장한 살인마로 흉악범이 등장하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들에게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생면부지의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은 지존파, 유영철, 정남규 그리고 강호순의 범행 방법은 뚜렷한 특징 보입니다.
지존파의 살인동기는 누구보다 뚜렷했습니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하층민이라는 콤플렉스로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7명의 청년들이 모여 1993년 결성된 지존파. 이들은 ‘돈 있는 자의 것을 빼앗고 그들을 죽인다’는 행동 강령을 만들고 범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살인 동기는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살인명단에 넣은 사람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강남 현대백화점 주요 고객명단을 입수해 이들 가운데 살해할 사람을 선택. 잡힌 뒤에도 ‘압구정동 야타족들, 돈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은 다 죽이고 싶었다’는 등의 발언을 해 가진 자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이 이들의 범행을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존파는 7명의 조직원으로 이뤄진 조직인 만큼 단독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보다 훨씬 계획적이었습니다. 이들은 두목 김기환의 어머니집을 아지트로 개조해 ‘살인공장’을 만드는 것으로 범행을 시작했죠. 아지트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을 벌기 위해 대전의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이너마이트, 공기총, 군용대검 등의 무기를 무기밀매상을 통해 구입했는데 범행에 쓸 목적이었습니다. 범행의 시작은 1993년 7월18일. 이날 범인들은 살인 예행연습을 실시한다며 귀가하던 최모양을 납치해 야산으로 끌고 간 뒤 차례로 강간하고 살해했습니다. 이후 1994년 9월13일에는 자신들의 타깃이었던 부유층을 살해하면서 목적달성을 하게 되는데요. 이날 집으로 오던 중소기업 사장 소씨 부부를 납치해 소씨에게서 현금 1억원을 강탈한 뒤 증거인멸을 위해 공기총으로 소씨를 살해하고 부인은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지존파는 소각용 화덕까지 갖추고 일부 시신을 소각했습니다. 또 일부 시신은 야산에 암매장하는 방식으로 유기했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완전한 은폐를 위해 인육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도 지존파 사건이 조명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화제 거리이기도 합니다.
유영철의 경우는 부유층에 대한 반감과 함께 여성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이 살인충동을 일으켰습니다. 가난에 찌들었던 어린 시절은 부자들에 대한 미움을 쌓이게 했고 부인의 일방적인 이혼통보와 애인에게 버림받은 기억 등은 여성에 대한 복수심을 키웠죠. 그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봐도 범행 동기는 뚜렷이 드러납니다. 부유층과 출장마사지 여성 등이 주요 타깃이었던 것인데요. 유영철은 검거된 후 “여성들이 함부로 몸을 놀리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부유층들도 좀 각성했으면 합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유영철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해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그는 과감하게 범행을 하고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해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았죠. 범행이 반복되면서 그 수법도 더욱 발전해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살인기술은 몰라보게 진화했습니다. 범행도구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치나 칼 등을 이용했는데 시중에 파는 도구를 이용했다면 구입경로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주로 둔기를 이용해 머리를 내리치는 방법으로 희생자들을 죽였습니다. 살해한 후에는 피해자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살해한 여성의 지문을 흉기로 도려내거나 일부러 불을 지르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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