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흔든 '이건희 찌라시'… 美거주 마트 알바생이 썼다



SNS 타고 반나절새 퍼져… 너무 쉽게 낚이는 사회]

- 이건희 사망설, 어떻게 유포됐나
인터넷 특정 사이트 회원들 관심 끌려 포토샵까지 해 거짓 글 올려…
카톡 한줄 메시지로 변형돼 확산, 삼성그룹 주가 12兆 넘게 출렁

- 주가 차익 노린 계획범행 가능성
경찰 "작전 세력 개입했을 수도", 알바생 잠적… 인터폴 공조 검토

지난 6월 30일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설'의 최초 유포자는 미국에 거주하는 30대 한국인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회장이 사망했다는 거짓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최모(30)씨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경 찰에 따르면 최씨는 사망설을 담은 찌라시가 카카오톡을 통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날인 6월 29일 오후 7시 55분 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속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29일 오전 사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다. 최씨는 이 글이 실제 언론 기사(記事)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한 인터넷 언론사가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고 잘못 보도했던 2014년 5월의 오보(誤報) 기사에서 사망 일자와 보도 일자를 포토샵으로 교묘히 바꾼 그림 파일을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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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모사이트 관리자는 최씨가 올린 글을 10분 만에 삭제했지만, 이미 이 글은 인터넷과 SNS를 타고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네티즌들이 최씨가 글을 올린 지 3~5분 만에 다른 커뮤니티 등에 최씨의 글을 복사해 옮겼기 때문이다. 최씨의 글은 다음 날 낮 12시쯤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오후 3시 발표 예정'이라는 한 줄짜리 메시지로 변형돼 카카오톡을 타고 급속히 퍼졌다. 이 찌라시(사설 정보지) 내용이 4800만명이 가입한 카카오톡을 통해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광속(光速)으로 퍼지면서 삼성그룹의 주가가 하루 동안 12조원 넘게 출렁거렸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김태형 경감은 "밤사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 찌라시가 다음 날 SNS를 통해 온 국민이 믿는 사실로 둔갑하기까지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국제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거짓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법한 이 회장 사망설에 관한 글을 게시하면 모회원들 추천을 받아 인기 글로 등록돼 포인트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가 앞서 삼성전자 주가와 거래량 그래픽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점을 근거로 주가 차익을 노린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주가 조작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작전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씨는 지난 4~5월 모게시판에 '야 XX 이건희 사망했다 속보다' '[속보] 이건희, 한방의학으로 소생' 등 2개의 거짓 글과 함께 삼성전자의 주가 차트를 게시한 적이 있다.

최씨는 2000년 출국한 뒤 군 입대를 연기하고 계속 미국에 살고 있으며, 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최씨는 처음에는 경찰 조사에 협조했지만, 경찰이 출석 요구를 하자 지난달 30일부터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경찰은 최씨를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과거 종이 보고서 형태였던 찌라시가 SNS를 타고 국민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든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찌라시는 과거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한 '여의도팀'과 사채 시장이 주가 된 '명동팀' 등이 만들어 유통시켰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까지 카톡으로 찌라시를 받아볼 만큼 유포 속도가 빨라지고 파급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찌라시에는 연예인들의 사생활 같은 은밀한 진실이 담겨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면서 "이런 오해 때문에 출처 불명의 찌라시가 더 활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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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설'의 최초 유포자는 미국에 거주하는 30대 한국인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회장이 사망했다는 거짓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최모(30)씨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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